전국의 식물원과 캠핑장, 도심 조경용 나무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야간 조명이 나무 생장을 방해하는 빛 공해로 작용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LED 조명은 전기를 적게 쓰고 빛 밝기가 과도하지 않아 ‘자연 친화’ 이미지가 있는데 정작 나무와 식물 가까이에서 조명으로 쓰면 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나무에 설치한 야간 조명이 나무에 빛 공해로 작용할 수 있어 나무의 정상적인 생육을 위해서는 밤에는 불을 6시간 이하로 켜야 한다고 9일 밝혔다.
식물은 보통 낮에 잎의 엽록소가 빛 에너지를 모아서 이산화탄소와 물을 원료 탄수화물을 만들어 내는 광합성 작용을 합니다. 햇빛이 없는 밤에는 호흡작용을 통해 축적된 탄소를 이산화탄소로 배출합니다.
산림과학원 연구팀은 소나무와 왕벚나무, 은행나무에 LED 장식 전구를 설치하고 빛 공해 피해가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소나무는 한반도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한반도 자생나무인 왕벚나무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볼 수 있고, 은행나무는 식물원은 물론 가로수로도 흔히 사용됩니다. 연구팀은 여름과 겨울에 나눠서 이들 나무에 설치한 조명을 저녁 6시에서 밤 12시까지(6시간),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12시간) 켜두고 야간 호흡량을 살폈다.
분석 결과를 보면 6시간 LED 조명에 노출된 소나무와 컴컴한 밤을 지새운 소나무의 호흡량은 계절과 관계없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2시간 동안 조명에 노출된 상록수인 소나무는 빛에 노출되기 시작한 지 6시간부터 야간 호흡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름엔 3.2매, 겨울에는 1.3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엽수인 왕벚나무와 은행나무도 여름철 6시간 동안 조명에 노출되면 호흡량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야간 조명에 노출된 지 6시간 뒤 야간 호흡량은 활엽수인 왕벚나무는 2.2배, 침엽수인 은행나무는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밤에 조명이 나무의 생체시계를 교란하면 호흡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호흡량이 증가하면 나무 생장량과 탄소 저장량을 떨어뜨려 나무의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실제로 겨울철 조명에 노출되지 않은 나무보다 90일간 12시간 동안 조명에 노출된 나무는 단위 잎 면적당 31.7g의 이산화탄소를 바깥으로 내보낸 것으로 분석됐다. 그만큼 밤에 장기간 조명에 노출된 나무들이 이산화탄소를 충분히 담아두지 못한채 다시 대기로 돌려보낸다는 의미다.
이임균 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과장은 “빛 공해는 나무의 종류에 상관없이 영향을 미치는데 도시에서 자연과 공생하려면 밤에 조명을 켜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과장은 또 “기온이 오르면 조명 노출이 나무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봄에 잎이 나고 기온이 오르기 전 장식 전구를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